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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리뷰

해피 뉴 이어(A YEAR-END MEDLEY, 2021), 멜로/로맨스, 드라마

by 모락모~락 2025. 5.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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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해피 뉴 이어' 줄거리

호텔리어 소진은 오랜 친구인 승효에게 15년 동안 마음을 품고 있었지만 고백하지 못한 채 지내왔습니다. 어느 날 승효가 돌연 호텔에서 여자친구와의 결혼식을 올린다는 소식을 들으며 소진은 깊은 혼란에 빠집니다. 호텔의 젊은 대표 용진은 짝수 강박증을 가진 완벽주의자로, 외적으로는 흠잡을 데 없지만 내면엔 공허함을 안고 있습니다. 호텔 하우스키퍼로 일하는 이영은 과거 뮤지컬 배우를 꿈꿨지만 현실 앞에 포기한 인물로, 다시금 자신의 열정을 되돌아봅니다. 한편, 오랜 시간 공무원 시험에 실패하며 자존감을 잃은 재용은 연말 호텔에 묵으며 자신에게 걸려온 뜻밖의 전화 한 통으로 삶의 방향을 다시 고민하게 됩니다. 한창 인기 절정에 있는 가수 이강과 그의 매니저 상훈은 마지막 콘서트를 앞두고 서로의 진심을 확인하며 오래된 동료애를 되새깁니다. 호텔 라운지를 매주 찾으며 인연을 기다리는 진호는 이번 해의 마지막 주말에 특별한 만남을 기대하며 준비합니다. 또한 40년 만에 호텔에서 재회한 첫사랑 상규와 캐서린은 세월의 흐름 속에서도 사라지지 않은 감정을 확인하며 관객들에게 깊은 여운을 남깁니다. 영화는 이러한 인물들의 서사를 교차 편집으로 풀어내며, 크고 작은 감정들이 얽힌 순간들을 차분하고 따뜻하게 그려냅니다. 다양한 세대의 인물들이 등장하는 만큼 관객은 각자의 위치에서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를 발견하게 됩니다. 영화는 결국 ‘새해’라는 전환점 앞에서 우리가 마주하는 감정의 결들을 세밀하게 조명하며, 희망과 위로의 메시지를 건네고 있습니다.

2. 배경

영화 '해피 뉴 이어'의 주된 배경은 서울 도심 한가운데에 위치한 고급 호텔 ‘엠로스(Emross)'입니다. 이 호텔은 단순한 숙박 공간을 넘어, 다양한 사람들의 인연이 얽히고설키는 삶의 교차점으로 기능합니다. 엠로스는 호텔리어, 투숙객, 예식 손님, 연예인, 비즈니스맨 등 서로 다른 삶을 살아가는 인물들이 모이는 공간으로 설정되어, 각기 다른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연결하는 무대가 됩니다. 이 배경은 연말과 새해 전환 시점이라는 특별한 시간적 분위기와 결합되어 극의 정서를 한층 더 감성적으로 만듭니다. 크리스마스 장식과 화려한 조명이 가득한 호텔 로비, 조용한 객실, 웨딩홀, 라운지 바, 엘리베이터 등 다양한 공간들은 인물들의 감정을 반영하며, 때로는 설렘의 공간으로, 때로는 이별과 혼란의 장소로 그려집니다. 또한 영화는 호텔 안팎의 도심 풍경과 겨울의 정서를 섬세하게 포착하며, 따뜻한 색감과 포근한 분위기로 감성적인 연말연시의 분위기를 자아냅니다. 시간과 공간의 배경 모두가 각 인물의 사연에 자연스럽게 녹아들며, 영화의 핵심 테마인 ‘새로운 시작’과 ‘희망’을 시각적으로도 뒷받침합니다.

3. 총평

영화 '해피 뉴 이어'는 연말연시 특유의 감성과 따뜻한 분위기를 잘 살린 옴니버스식 로맨스로, 다양한 인물들이 겪는 사랑과 이별, 희망과 위로의 이야기를 조화롭게 엮어낸 작품입니다. 가장 큰 장점은 풍성한 캐스팅과 그들이 만들어내는 다채로운 서사입니다. 각기 다른 연령과 상황에 놓인 인물들을 통해 관객들은 자신의 경험과 감정을 투영할 수 있으며, 그로 인해 영화가 주는 위로와 공감의 폭은 넓습니다. 특히, 이질적일 수 있는 여러 이야기들이 하나의 공간(호텔)과 시간(연말) 안에서 자연스럽게 연결되며 완성도를 높입니다. 감독 곽재용은 특유의 감성 연출로 익숙하면서도 잔잔한 울림을 주는 장면들을 잘 만들어냈고, 배우들 역시 각각의 캐릭터에 맞는 절제된 연기를 보여주며 이야기에 설득력을 더합니다. 비록 전개에 있어 일부 서사가 평면적이거나 뻔하다는 아쉬움도 있지만, 영화의 의도와 장르 특성을 고려하면 충분히 수용 가능한 수준입니다. 전체적으로 '해피 뉴 이어'는 특별한 메시지를 강하게 밀어붙이기보다는, 바쁜 일상 속 잠시 멈춰 따뜻한 감정을 나눌 수 있는 여백의 영화입니다. 연말을 맞아 마음이 조금은 허전하거나 위로가 필요한 이들에게 적절한 선택이 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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