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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리뷰

그리프터스(The Grifters, 1993), 범죄, 드라마

by 모락모~락 2025. 6.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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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그리프터스' 줄거리

로이 딜런은 어느 날 평소처럼 간단한 사기를 치다가 뜻밖에 중상을 입고 병원에 실려 갑니다. 소식을 들은 어머니 릴리는 병원을 찾아오고, 아들과의 오랜 갈등이 다시 수면 위로 드러납니다. 릴리는 과거 아들을 버려두고 범죄 세계에 몰두했던 인물이며, 로이는 어머니와의 관계를 서먹하게 유지하고 있습니다.

 

로이의 애인 미이라는 릴리에게 처음부터 적대감을 느낍니다. 두 여인은 서로의 존재가 불편하고 위협적이라고 판단하며 긴장감이 서서히 고조됩니다. 릴리는 로이가 미이라와 함께 큰 사기를 도모하려 한다는 것을 알게 되고, 아들이 위험에 빠질까봐 그녀와 헤어지라고 설득하지만 로이는 릴리의 간섭을 거부합니다. 한편 릴리 자신도 조직에서 맡은 경마 사기 업무를 어기고 개인적인 이익을 취했다는 사실이 드러나 위기에 처합니다. 상부의 명령에 따라 릴리는 결국 고용인인 ‘부르크’에게 폭행을 당하고, 조직은 그녀에게 경고를 보냅니다.

 

로이는 미이라가 자신에게 진심이 아니라는 것을 점점 의심하게 되고, 그녀가 다른 남성과 함께 큰 사기극을 계획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그러면서도 그녀에게 끌리는 감정을 쉽게 떨쳐내지 못하고. . . 릴리는 계속해서 로이에게 경고하지만, 아들의 변화 없는 모습에 좌절합니다.

 

결국 미이라는 로이와 함께 큰 판을 벌이려 하지만, 계획은 꼬이고 . . . 로이는 미이라의 진심을 알게 된 후 둘 사이에 격렬한 말다툼이 벌어집니다. 이후 로이는 갑자기 살해당하게 되는데, 그의 죽음은 의도치 않게 릴리의 손에 의해 벌어진 비극이었습니다. 릴리는 죽은 아들의 시체를 정리하고, 증거를 없앤후 냉정하게 범죄 현장을 떠납니다. 그녀는, 감정도, 후회도 없이 조용히 자신의 세계로 돌아갑니다.

 

2. 시대적 배경

1980년대 후반 미국 사회 레이건 정권 시절의 말기, 자본주의적 성공과 경쟁이 미덕으로 여겨지던 시기.

사회 전반에 걸쳐 탐욕, 기회주의, 신용 사기, 약자 착취 등의 문제가 만연하고 경제적으로는 호황과 거품이 공존하며 개인주의가 극대화되던 시대입니다. 

 

도시의 이면 영화는 화려한 도시의 전면이 아니라 음침하고 병든 이면, 특히 도박장, 모텔, 싸구려 술집, 응급실 등 사회의 그늘진 구석을 중심 무대로 삼고 이는 ‘성공 신화’와는 반대되는 몰락의 아이콘들을 통해 미국적 환상의 허상을 드러냅니다.

 

영화는 비록 1980~90년대를 배경으로 하지만, 고전 누아르 특유의 요소(사기, 배신, 숙명론, 팜파탈 등)를 활용해 시간적 배경을 모호하고 시간 초월적인 분위기로 만듭니다. 릴리, 로이, 미이라와 같은 인물들은 전통적인 누아르 캐릭터 유형의 현대판이며, 그들의 세계는 늘 과거의 유령과 미래의 불안이 뒤섞인 불안정한 경계선 위에 있습니다. '그리프터스'의 시대적 배경은 겉으로는 1980년대 후반의 미국이지만, 내용과 정서는 고전 누아르의 전통을 잇는 '현대적 누아르 세계'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이 배경은 등장인물들의 도덕적 붕괴와 심리적 고립을 더욱 강조하며, 시대와 무관하게 반복되는 인간 본성의 어두운 면을 드러냅니다.

 

3. 총평

'그리프터스'는 단순한 범죄 영화가 아닌, 심리 누아르의 정수를 보여주는 작품입니다. 세 사기꾼의 뒤얽힌 관계를 통해 가족, 사랑, 욕망, 자기보존이라는 인간의 본능을 차갑고 냉소적으로 묘사합니다. 짐 톰슨의 원작을 바탕으로, 감독 스티븐 프리어스는 고전 누아르의 정서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며 시청자를 심리적 압박과 도덕적 혼란 속으로 끌어들입니다.

 

안젤리카 휴스턴의 내면 연기는 아카데미 여우조연상 후보에 오를 정도로 깊이 있으며, 존 쿠삭과 아네트 베닝 또한 각자의 역할에 정확히 녹아들어 있습니다. 도널드 웨스트레이크가 각색한 시나리오는 간결하면서도 날카롭고, 인물 간의 심리전과 대사 하나하나가 촘촘하게 계산되어 있습니다. 스티븐 프리어스는 고전 필름 누아르의 형식미와 현대적인 리듬을 결합해, 스타일과 메시지를 동시에 살렸습니다. 어둡고 차가운 톤, 간결한 미장센, 도시의 병든 구석구석을 담아낸 시각적 연출은 영화 전반에 긴장감과 음울함을 부여합니다.

 

전형적인 범죄 영화나 액션을 기대한 관객에게는 느린 전개, 복잡한 감정선, 비극적인 결말이 부담스럽게 다가올 수 있습니다. 세 인물 모두 도덕적으로 결함이 많고, 감정 이입이 어려운 면이 있어 몰입이 쉽지 않을 수 있습니다.

 

“사기는 삶의 방식이다. 그리고 가장 위험한 사기는, 가장 가까운 사람에게 벌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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