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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리뷰

꿈(Dream, 1990), 드라마

by 모락모~락 2025. 6.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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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꿈' 줄거리

승려 조신(안성기)은 수도하던 절에 온 미모의 여인 달례(황신혜)를 보고 욕망에 사로잡혀 파계를 감행하고 그녀를 따라 속세로 내려옵니다. 두 사람은 함께 도피 생활을 시작하지만, 조신은 달례의 사랑을 온전히 얻지 못하고 그녀의 마음은 점점 멀어집니다. 이러한 갈등 속에서 조신은 질투와 집착에 사로잡혀 결국 살인을 저지르게 되고, 두 사람은 계속해서 도망치는 삶을 이어갑니다.

 

도피중에 아이 둘까지 낳아 염색집을 경영하지만, 조신은 달례의 마음까지 소유할 수는 없었습니다. 달례는 점원과 사랑을 나누면서 그를 괴롭히고 달례의 약혼자 모례는 조신의 머리를 자르려고 뒤를 쫓습니다. 그들은 아들을 잃는 비극을 겪은 후 달례는 매춘부가 되고 조신은 아편 중독자가 됩니다. 오랜 세월이 흘러 조신은 달례를 찾아 헤매었으나 문둥이 촌에서 발견한 것은 달례의 사망 소식과 그녀가 남긴 노대였습니다. 홀로 남은 조신은 해변가에 살면서 달례의 조상을 만듭니다. 이런 그에게 칼을 찬 모례가 찾아오지만 세월의 흐름속에 용서만이 구원의 길이었습니다.

 

다시 절을 찾아온 백발의 조신은 불당앞에 쓰러집니다. 결국 조신은 모든 것이 꿈이었음을 깨닫고, 다시 절로 돌아와 수도에 전념하며 삶의 허무함과 깨달음을 얻습니다. '꿈'은 인간의 욕망이 어떻게 파멸로 이어질 수 있는지를 보여주며, 모든 것이 덧없고 허망하다는 불교적 세계관을 담고 있습니다. 영화는 조신의 일생을 통해 사랑과 소유의 집착이 가져오는 비극을 그리며, 삶의 진정한 의미와 깨달음을 탐구합니다. 황신혜는 달례 역을 맡아 인간의 욕망과 갈등을 섬세하게 표현하며, 안성기와 함께 깊은 연기력을 선보였습니다. 이 작품은 1990년대 한국영화의 대표적인 수작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2. 시대적 배경

영화 '꿈'의 시대적 배경은 구체적인 연대가 명시되지는 않지만, 전반적인 분위기와 인물들의 삶의 양태로 보아 조선 후기 또는 일제강점기 이전의 봉건적 사회로 추정할 수 있습니다. 불교와 유교 중심의 봉건 사회에 주인공 조신은 승려로 등장하며, 불교적 가치관(수행, 해탈, 윤회 등)이 주요 배경입니다.

 

달례와의 관계에서 파계를 감행하고 속세로 내려오는 설정은 당시 종교적/윤리적 금기에 대한 충돌을 상징합니다. 달례는 조신과 함께 도피하며 점점 생계를 위해 매춘까지 하게 되는 등, 사회적으로 여성이 쉽게 타락한 존재로 그려지는 전통적 시선이 반영돼 있습니다. 조신이 속세로 내려와도 정착하지 못하고 끊임없이 떠도는 모습은 계급 이동이 거의 불가능한 전근대적 구조를 상징합니다. 작품 속 배경은 대체로 자연, 산사, 시골 마을, 객주, 여관 등으로 구성되어 있어 도시화되기 이전의 전통적인 농촌 중심 사회임을 암시합니다.

 

배창호 감독은 이 작품을 통해 현대인의 욕망과 자아의 분열을 고대적 배경에 투영시켜, 시대와 무관한 인간 본성의 문제를 다루려 했습니다. 그렇기에 명확한 시대 규정을 피하고, 오히려 꿈같이 모호하고 환상적인 분위기를 연출합니다. 원작 소설(이광수 '꿈') 역시 1910년대 초에 쓰였으며, 조선 말기에서 근대 전환기의 시대상을 담고 있습니다. 영화는 이를 모티브로 삼아, 시대적 특성과 인간 내면의 갈등을 동시에 탐색한 작품이라 할 수 있습니다.

 

3. 총평

'꿈'은 배창호 감독이 인간의 본성과 욕망, 그리고 그로 인한 파멸과 구원의 가능성을 철학적·불교적 시선으로 풀어낸 깊이 있는 작품입니다. 이광수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하되, 영화는 훨씬 더 상징적이고 내면적인 구성과 영상미를 강조하며 관객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깁니다. 자연을 배경으로 한 풍경과 인물들의 감정을 극대화하는 미장센이 돋보이고 현실과 꿈, 욕망과 깨달음의 경계를 모호하게 넘나드는 연출은 영화의 주제를 효과적으로 전달합니다.

 

조신의 추락과 깨달음은 불교의 무상함과 해탈 개념을 반영하며, 모든 것은 꿈과 같고 덧없다는 메시지를 전달합니다. 안성기는 내면의 갈등과 파멸을 섬세하게 표현하고, 황신혜는 매혹적이면서도 비극적인 여인상을 절제된 감정으로 소화해냈습니다. 감정선이 절제돼 있어 직설적인 감정 이입이 어렵다는 평이 있고 의도된 연출이지만, 시대감이 뚜렷하지 않아 관객이 몰입하기까지 시간이 걸릴 수 있습니다.

 

'꿈'은 단순한 사랑 이야기나 비극 드라마가 아니라, 인간 존재의 근원적 고통과 구원을 질문하는 철학적 영화입니다. 시대를 초월해 누구에게나 적용될 수 있는 인간 내면의 진실을 다루기에, 오늘날 다시 봐도 여전히 묵직한 울림을 줍니다. 정적이고 사색적인 작품을 좋아하는 관객에게는 깊은 인상을 남기며, 배창호 감독의 대표작 중 하나로 평가받을 만한 수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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