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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리뷰

나를 모르는 그녀의 세계에서(My Beloved Stranger, 2025), 멜로/로맨스

by 모락모~락 2025. 7.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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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나를 모르는 그녀의 세계에서' 줄거리

리쿠와 미나미는 대학 시절 우연히 도서관에서 처음 마주친 순간부터 빠르게 사랑에 빠집니다. 문학을 사랑하는 리쿠는 작가의 꿈을 품고 있었고, 미나미는 싱어송라이터로서 자신만의 음악 세계를 만들어가고 있었습니다. 서로의 꿈을 응원하며 함께 미래를 그리던 두 사람은 결국 결혼까지 하게 됩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현실은 녹록지 않았는데 리쿠는 작가로 성공을 거두지만, 점차 일에 몰두하면서 미나미와의 감정적 거리가 벌어지기 시작합니다. 미나미는 자신의 음악을 잠시 접고 남편을 뒷바라지하며 묵묵히 곁을 지켜주지만, 어느 순간부터 그녀 자신의 꿈과 존재가 사라지는 듯한 허전함을 느낍니다.

 

어느 날, 사소한 다툼이 깊은 상처로 번지고, 리쿠는 분노와 후회의 감정 속에서 잠듭니다. 다음 날 눈을 뜬 순간, 그는 자신이 알던 현실과는 전혀 다른 세상에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데 기억은 그대로지만, 모든 것이 뒤바뀌어 있었던거죠. 이 세계에서 그는 작가가 아니라 출판사 편집자이고, 미나미는 자신을 전혀 모르는 세계적인 스타 가수로 존재했습니다. 두 사람은 낯선 관계이며, 미나미는 자신감 있고 당당하게 살아가고 있었습니다. 리쿠는 당황하지만, 그녀의 목소리와 미소를 보자마자 다시 사랑에 빠지고 맙니다. 그는 자신이 겪은 ‘진짜 세계’의 기억을 안고, 이 세계의 미나미와 다시 사랑을 시작하려고 결심합니다. 그녀가 기억하지 못해도, 자신의 마음만큼은 변하지 않았음을 믿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리쿠는 곧 이 세계가 영원할 수 없는 ‘어긋난 가능성’의 세계임을 깨달으며 이곳에 오래 머물수록 원래 세계와의 균형이 무너질 수 있고, 결국 그는 다시 돌아가야만 하는 운명에 놓였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리쿠는 마지막으로 미나미와의 하루를 온전히 함께 보내며 그녀와 함께 노래를 듣고, 이야기를 나누고, 아무 일도 없던 두 사람처럼 웃으며 시간을 보냅니다.

그 순간, 미나미는 말하죠.
“이상하게... 당신을 오래전부터 알고 있던 느낌이 들어요.”

 

이별을 앞둔 마지막 밤, 리쿠는 그녀가 자신을 기억하지 못해도 이 사랑을 한 번 더 시작했기에 후회는 없다고 믿습니다. 그리고 그는 다시 눈을 뜨죠. 원래의 현실 속으로.

그곳에서 리쿠는 진짜 미나미를 다시 마주칩니다. 그녀는 여전히 자신의 아내이지만, 과거의 오해와 상처가 여전히 남아 있습니다. 하지만 리쿠는 이제 다르게 행동합니다. 다시, 천천히, 그녀에게 다가갑니다.

 

2. 시대적 배경

영화 'My Beloved Stranger'의 시대적 배경은 매우 현실적이면서도 감성적인 분위기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이 영화는 특별한 과학 장치나 미래적 상상력이 아니라, 현실 속에서 ‘만약’의 가능성을 감성적으로 풀어낸 평행세계 드라마입니다. 

 

영화는 2020년대 현재 일본 사회를 배경으로 합니다. 등장인물들의 직업은 출판사 편집자, 소설가, 싱어송라이터 등 현대적이고 일상적인 직업군에 속해 있으며, 공간 역시 도시의 책방, 집, 공연장, 사무실 등 리얼하고 친숙한 장소들로 채워져 있습니다. 대학 시절의 장면은 도쿄 근교의 캠퍼스, 도서관, 거리 카페 등으로 구성되어 있어, 청춘 로맨스의 정서를 자연스럽게 느끼게 합니다. 영화 속 핵심은 시간 여행이나 미래 기술이 아니라, 현실에서의 관계와 감정의 선택이 만들어낸 또 다른 결과입니다. 주인공 리쿠가 잠에서 깨어났을 때 마주하는 세계는 하나의 가능한 평행현실로, 전혀 비현실적인 분위기가 아닌 '현실처럼 보이지만 결과가 다른 삶'입니다. 이 평행세계에서도 모든 인물은 그대로 존재하지만, 관계만 다릅니다. 예를 들어, 리쿠는 성공한 작가가 아닌 평범한 편집자이고, 미나미는 잊힌 아내가 아니라 유명 아티스트입니다. 이런 설정은 과학보다는 운명과 감정의 관점에서 ‘다른 삶’을 보여주는 도구로 사용됩니다.

 

스마트폰, 노트북, 음악 스트리밍, 출판 시스템 등 현대적인 기술은 현실과 다르지 않게 등장하며, 관객이 이질감을 느끼지 않고 몰입할 수 있는 구조로 설계돼 있습니다. 가상의 도시나 미래 사회가 아닌 현실을 조금 비틀어 감정을 강조한 배경이기 때문에, 보는 이로 하여금 “내가 만약 다른 선택을 했다면?”이라는 생각을 자연스럽게 떠올리게 합니다.

 

3. 총평

“기억은 사라져도, 사랑은 다시 시작될 수 있을까”

 

감정에 충실한 '평행세계 로맨스'의 성공적인 접근단순히 “사랑이 변했다”가 아니라, “같은 사랑이었지만, 상대에게 너무 늦게 다가갔던 우리”를 그리는 이야기입니다. 나카지마 켄토(리쿠 역)는 감정 표현을 억제하면서도, 눈빛 하나로 복잡한 내면을 전달합니다.
처음 사랑을 시작하던 청춘의 설렘과, 관계가 어긋난 뒤 뒤늦은 깨달음까지, 변화하는 감정을 설득력 있게 보여줍니다. 미레이(milet, 미나미 역)는 스크린 데뷔작임에도 불구하고 당당하면서도 섬세한 여성 캐릭터를 훌륭히 소화합니다. 가수 출신답게 음악 장면에서의 감정 전달력이 뛰어나고, 존재감이 깊습니다. 두 배우 사이의 케미는 절제되어 있지만 애틋하고, 보는 이로 하여금 ‘이 두 사람이 과거에 사랑했었구나’라는 감정을 자연스럽게 믿게 만듭니다.

 

전체적으로 따뜻하고 차분한 색감, 정적인 카메라 워크, 일상적인 공간의 감성적 활용이 돋보입니다. OST는 미나미의 감정을 대변하는 잔잔한 피아노와 보컬 중심 음악으로 구성되어, 장면에 여운을 더하고 몰입도를 높이는 요소로 작용합니다. 사랑은 '타이밍'이 아닌 '진심'으로 완성된다기억은 사라질 수 있고, 상황은 달라질 수 있지만, 누군가를 진심으로 사랑했던 기억은 또 다른 방식으로 되살아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합니다. 관계가 멀어진 부부에게, 오래된 연인을 그리워하는 이들에게 깊은 울림을 줍니다.

 

전개가 다소 느리고, 사건보다 감정에 치중되어 있어 빠른 전개를 선호하는 관객에겐 답답할 수 있고 평행세계의 설정이 명확한 논리보다는 감성적 상상력에 기댄 구조이기 때문에, SF적 기대를 가진 관객에겐 설명 부족으로 느껴질 여지도 있습니다.

 

하지만 “상대를 몰랐던 것이 아니라, 너무 늦게 알아본 것이다.” 이 영화는 SF 설정을 빌려오되, 복잡한 과학적 설명보다는 사랑과 관계의 감정선에 집중합니다. 다른 삶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평행세계' 개념을 통해, 한 남자의 후회와 성장, 그리고 진심에서 비롯된 사랑의 재시작을 잔잔하고 섬세하게 그려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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