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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리뷰

마지막 황제(The Last Emperor, 1988),드라마, 서사

by 모락모~락 2025. 5.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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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마지막 황제' 줄거리

1908년, 겨우 세 살의 나이로 푸이는 청나라 황제에 즉위하게 됩니다. 어린 나이에 자금성으로 들어온 그는 거대한 궁궐의 중심에 앉지만, 실제로는 제국의 운명을 결정할 권한도, 자유도 없는 외로운 존재입니다. 궁 안에서 그는 유모와 대신들, 그리고 후에 등장하는 스승들과 함께 자라며 황제로서의 삶을 배웁니다. 하지만 그가 이해할 수 없는 정치와 궁중의 제약은 점점 그를 답답하게 만들고, 외부 세계에 대한 호기심만이 커져갑니다. 1912년, 청나라가 신해혁명으로 무너지고 푸이는 퇴위하지만, 군벌들의 협상으로 그는 자금성에 남아 상징적인 황제로서의 지위를 유지합니다. 시간이 흐르며 그는 더 이상 실권이 없는 ‘황제’로 살아가야 함을 인식하게 되고, 외부 세계와의 접촉을 원하게 됩니다. 특히 영국인 가정교사 레지날드 존스턴(Reginald Johnston)의 영향을 받아 서구 문물에 관심을 갖고 변화하려 합니다. 그러나 그가 변화하려 할수록 궁 안의 구시대적 질서는 그를 억누릅니다. 1924년, 군벌 펑위샹의 쿠데타로 푸이는 자금성에서 추방된다. 이후 그는 일시적으로 일본 대사관에 머물며 망명 생활을 시작한다. 점점 정치적으로 이용당하는 위치에 놓인 푸이는 일본 제국의 속국이 된 만주국의 황제로 추대됩니다. 만주국은 명목상의 독립국이었지만 실제로는 일본의 꼭두각시에 불과했고, 푸이 역시 허울뿐인 군주에 지나지 않았습니다. 만주국 황제로 지내는 동안, 푸이는 점점 자신이 일본에 의해 조종당하고 있음을 깨닫지만, 이미 그곳에서 벗어날 수 없는 처지가 되어 있었다.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 그는 소련군에 체포되어 포로가 되고, 후에는 중국으로 송환되어 전범으로 재판을 받습니다. 1950년대, 푸이는 공산당 정부의 재교육 수용소에서 ‘개조’를 받습니다. 수십 년에 걸친 세뇌와 반성 과정을 거쳐 그는 과거의 특권과 신분을 모두 버리고, 평범한 시민으로 살아가는 법을 배우게 됩니다. 결국 그는 중국의 일반 노동자로 살아가며 식물원에서 일하고, 자신의 과거를 돌아보는 노년을 맞이하게 됩니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서 푸이는 다시 자금성을 방문하게 됩니다. 관광객들로 북적이는 자금성 안에서 그는 한때 자신이 황제로 군림했던 보좌를 다시 바라봅니다. 그 순간, 그는 어린 시절의 기억과 황제였던 자아를 잠시나마 떠올리며, 한 시대의 종말과 한 인간의 인생을 조용히 되새깁니다.

2. 시대적 배경

영화 '마지막 황제'의 시대적 배경은 청나라 말기부터 중화인민공화국 수립 이후까지로, 20세기 전반의 격동기 중국 현대사를 담고 있습니다. 푸이의 인생 궤적을 따라가며, 당시 중국이 어떤 역사적 변화를 겪었는지를 이해하는 것이 이 영화의 중요한 맥락입니다.

다음은 영화에 등장하는 주요 시대적 배경의 흐름입니다. 청나라는 오랜 세월 동안 중국을 통치했으나, 19세기 후반부터 서양 열강과 일본에 시달리며 급격히 약화됩니다. 세 살짜리 푸이가 서태후의 유언으로 황제에 즉위했으나 실질적인 권력은 섭정들과 대신들이 장악하고 있었습니다.  쑨원의 주도로 청나라가 붕괴되고 중화민국이 성립됨. 푸이는 1912년 퇴위하지만 자금성에 남아 '상징적인 황제'로 존재입니다.  청나라 멸망 이후 중국은 통일된 중앙정부 없이 군벌들이 각지에서 할거하는 시대에 돌입하고 푸이는 1924년 군벌 펑위샹의 쿠데타로 자금성에서 쫓겨나게 된 이후 일본 대사관으로 망명합니다. 일본이 만주사변을 일으켜 중국의 만주 지역을 점령하고 일본은 만주에 만주국이라는 괴뢰국을 세우고, 푸이를 ‘황제’로 세웠습니다. 푸이는 만주국 황제로 있으나 실권은 없으며, 일본에 철저히 조종당하는 ‘꼭두각시’ 신세로 전락하고 맙니다. 일본이 패전하면서 만주국도 붕괴되고 소련군에게 체포된 푸이는 전범으로 기소되며 시베리아에 억류됨되었습니다. 푸이는 마오쩌둥 정권 아래에서 '개조' 프로그램을 통해 과거를 반성하고, 노동자로 사회에 복귀한 후 평범한 시민으로서 식물원 직원 등으로 근무, ‘황제’라는 신분은 완전히 사라집니다. 이 영화는 푸이 개인의 몰락을 통해, 단지 한 사람의 비극이 아니라, 중국 전통 왕조의 종말, 제국주의의 침탈, 민족주의, 공산주의 체제의 등장이라는 근현대사의 큰 물결을 상징적으로 보여줍니다.

3. 총평

'마지막 황제'는 한 사람의 몰락과 시대의 몰락이 맞물리는 장대한 서사시입니다. 영화는 푸이의 삶을 연대기적으로 그리되, 단순한 사건 나열이 아닌 개인의 시선과 감정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갑니다. 이를 통해 관객은 제국의 마지막 군주가 겪는 권력 상실의 허무함, 자유에 대한 갈망, 그리고 시대 변화 속 무력감을 깊이 체험할 수 있습니다. 비극적인 역사 속에서도 이 영화가 주는 인상은 고요하고 장엄합니다. 어린 시절의 푸이가 황제의 상징으로 자금성에 앉아 있는 장면부터, 말년의 푸이가 식물원 직원으로 살아가는 모습까지, 권력과 인간의 본질, 역사 속 개인의 운명을 철저히 대비시키며 서정적으로 표현합니다. 연출을 맡은 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 감독은 서양인의 시선으로 동양의 역사와 미학을 세심하게 포착해냈으며, 장엄한 음악(류이치 사카모토, 데이비드 번), 실제 자금성에서의 촬영, 시각적으로 풍성한 미장센은 이 영화가 아카데미 9관왕(작품상, 감독상 포함)을 차지한 이유를 잘 설명해줍니다. 무엇보다 '마지막 황제'는 단순히 중국 왕조의 끝을 다룬 이야기가 아니라, 인간 존재가 권력, 역사, 사회 속에서 어떻게 구성되고 해체되는지를 보여주는 인간극입니다. 푸이라는 인물의 개인사에 초점을 맞추었지만, 그가 겪는 정체성의 혼란과 수용, 그리고 적응은 모든 인간이 시대 속에서 겪는 보편적 경험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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