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엘르' 줄거리
영화는 미셸이 자택에서 복면을 쓴 괴한에게 성폭행당하는 장면으로 시작합니다. 충격적인 사건이지만, 미셸은 경찰에 신고하지 않고 혼자서 사건을 감내하려 합니다. 그녀는 매우 침착하게 일상으로 복귀하며, 일말의 흔들림도 외부에 드러내지 않습니다.
미셸은 과거에 가족 전체가 세간의 주목을 받은 비극을 겪었습니다. 그녀의 아버지는 광적인 살인마로, 어린 시절 미셸이 그의 범행을 도운 것으로 알려져 언론의 집중 포화를 맞은 바 있습니다. 이 사건은 그녀에게 깊은 트라우마를 남겼고, 인간관계에도 극도의 냉소와 방어를 형성하게 했습니다.
미셸은 자신을 공격한 범인을 찾기 시작합니다. 그녀는 자신의 주변 남성들 직원, 전 남편, 이웃 패트릭을 의심하며 탐색합니다. 특히 자신이 운영하는 비디오 게임 회사의 직원 중 한 명이 범인일 가능성이 있어, 사내 감시카메라나 게임 속 패턴을 통해 단서를 찾습니다. 이웃인 패트릭에게 관심을 갖게 된 미셸은 그와 점점 가까워집니다. 하지만 그는 유부남이며, 아내와 함께 종교적이고 보수적인 삶을 사는 듯 보입니다. 미셸은 그와의 관계에서도 은밀한 긴장과 욕망의 경계를 넘나듭니다.
영화 후반부, 미셸은 자신을 강간한 범인이 패트릭임을 알아차립니다. 그녀는 경찰에 알리기보다, 오히려 이 사실을 받아들이고 그와의 관계를 기이한 방식으로 지속합니다. 두 사람 사이에는 일종의 권력과 통제의 심리전이 이어지고, 이 관계는 매우 위험하고 뒤틀린 양상을 띱니다. 패트릭은 미셸을 다시 공격하려다 미셸의 아들 빈센트에게 들켜 싸움 끝에 사망합니다. 사건은 일단락되지만, 미셸은 끝내 경찰에 모든 진실을 털어놓지 않습니다. 그녀는 친구 안나에게 진실을 암시하며,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삶을 계속 살아갑니다.
2. 시대적 배경
미셸은 파리의 부유한 지역에 살며, 성공적인 커리어(비디오 게임 회사 CEO)를 가진 인물로 묘사됩니다. 스마트폰, CCTV, 최신 비디오 게임 개발 등 디지털 기술이 일상에 깊이 통합되어 있어 2010년대 중반의 도시적 환경이 잘 반영됩니다. 인물들이 사용하는 자동차, 스마트 기기, 건축 스타일 등을 통해서도 동시대의 파리임을 알 수 있습니다.
미셸은 남성 중심 업계(게임 산업)에서 권력을 가진 여성으로, 여성의 사회적 지위와 독립성이 크게 부각되는 시대적 흐름을 반영합니다. 하지만 성폭행 이후에도 경찰 신고를 꺼리고,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모습은 프랑스 사회에서 여전히 존재하는 여성 피해자의 고립감을 드러냅니다. 이는 미투 운동 직전 시대(영화는 2016년 제작)라는 점에서 상징적 의미를 갖습니다.
미셸의 아버지가 대규모 살인을 저질렀고, 어린 미셸이 그 범죄에 연루된 것으로 보도되면서 오랜 사회적 낙인을 짊어지고 살아온 과거가 있습니다. 이는 1970~80년대 프랑스의 언론, 대중의 도덕주의, 가십 문화 등을 비판적으로 반영합니다. 현재와 과거 사이에 프랑스 사회가 개인의 트라우마를 어떻게 기억하고, 잊고, 왜곡하는지를 보여줍니다.
패트릭은 겉으로는 경건한 기독교 신자이며 모범적인 가장처럼 보이지만, 이중적인 삶을 살고 있습니다. 이는 현대 유럽 사회에 만연한 종교적 위선과 도덕적 허위의식을 비판하는 장치입니다.
영화는 현대 사회에서 인간관계의 단절, 가족의 해체, 개인주의 심화 등을 배경으로 깔고 있습니다. 미셸과 그녀의 가족, 친구들과의 관계는 모두 거리감과 냉소로 가득 차 있으며, 이는 21세기 중반 프랑스의 도시 생활과 잘 맞닿아 있습니다.
3. 총평
엘르는 전형적인 성폭행 피해자의 이야기나 복수극이 아닌, 도덕과 심리의 경계선을 교묘하게 흐리는 영화입니다. 이자벨 위페르의 강렬한 연기, 폴 버호벤 감독의 도발적인 연출, 그리고 관습을 거부하는 서사가 어우러져 독특한 긴장감을 만들어냅니다. 이자벨 위페르의 압도적인 연기는 냉소적이면서도 다층적인 심리를 표현하며, 피해자이자 동시에 통제자라는 복잡한 역할을 완벽하게 소화하며 캐릭터의 모순과 내면의 균열을 정제된 연기로 전달합니다.
강간이라는 민감한 소재를 다루면서도 단순한 피해-가해 구조로 끝나지 않고 권력, 통제, 성적 주체성, 도덕적 회색지대 등 사회가 불편해하는 질문을 던집니다. 폭력과 성, 도덕적 위선을 날카롭게 비틀며, 관객에게 불편한 질문을 던지는 연출한 이영화는 불쾌함을 의도적으로 유발하며, 그 속에서 인물의 진실을 파헤칩니다.
미셸의 내면 심리와 외부 세계가 얽히면서, 서스펜스와 서사 모두 강하게 유지되며 '누가 범인인가'를 넘어서 '왜 그녀는 이렇게 행동하는가'에 초점을 맞추며 보여줍니다. 일부 관객은 '피해의 미화' 혹은 '위험한 판타지'로 받아들일 수 있는 단점과 등장인물들이 극단적으로 냉소적이거나 자기중심적이라 현실성과 감정적 깊이에 거리감이 느껴질 수 있습니다.
'엘르'는 불편함을 감수하고 볼 가치가 있는 영화입니다. 사회적 도덕 기준을 재고하게 만들며, 주류 영화가 감히 다루지 않는 영역까지 침투합니다. 여성 주인공을 둘러싼 지극히 개인적이면서도 정치적인 이야기로, 시대와 성, 권력에 대한 깊은 성찰을 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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