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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리뷰

혹시, 당신도 '제인'처럼 참고 있나요? <어시스턴트>가 던지는 불편한 질문"

by 모락모~락 2025. 9.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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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리우드 거물 제작사의 어시스턴트(The Assistant), 주인공 제인(줄리아 가너 분)이 매일 새벽 첫 출근을 하며 느끼는 감정일 겁니다. 2019년 개봉한 키티 그린 감독의 이 영화는 화려함과는 거리가 먼, 한 여성 보조 직원의 숨 막히는 하루를 극도의 하이퍼 리얼리즘으로 담아냅니다. 단순한 오피스 드라마가 아닌, 우리 사회에 깊이 뿌리내린 부조리와 침묵의 카르텔에 대한 날카로운 보고서입니다.

 

영화는 제인의 출근부터 퇴근까지, 단 하루의 일과를 따라갑니다. 영화제작사 대표의 막내 직원인 그녀의 업무는 '어시스턴트'라는 이름이 무색하게 사무실 청소, 직원들 점심 주문, 상사의 불필요한 사생활 관리, 그리고 이 모든 것의 뒤치다꺼리입니다. 가장 먼저 사무실 불을 켜고, 모두가 떠난 자리의 흔적을 치웁니다. 사소한 사무용품 주문부터 대표에게서 온 비아냥 섞인 이메일까지 모든 것을 감당합니다. 쓰레기통에서 발견되는 의아한 물건들, 대표 아내의 히스테릭한 전화, 그리고 제인보다 더 젊고 어린 여성 신입사원이 도착하는 순간.

 

대사가 많지 않아도, 화려한 사건이 터지지 않아도, 줄리아 가너의 섬세한 표정 연기와 정적인 카메라 구도는 제인이 느끼는 불안, 좌절, 그리고 직장 내에서 벌어지는 부적절한 일들에 대한 암묵적인 인지를 고스란히 관객에게 전달합니다.

 

 

이 영화의 진정한 공포는 대표의 폭언이나 고압적인 태도에 있지 않습니다. 바로 사무실 전체를 감싸는 '침묵'의 분위기입니다. 제인은 용기를 내어 인사과에 대표의 부적절한 행위에 대해 조심스럽게 언급하지만, 돌아오는 것은 "그건 네 일이 아니다," "문제를 만들지 마라"는 식의 가스라이팅과 묵살뿐입니다. 동료 직원들은 애써 외면하고, 그들 역시 이 거대한 시스템의 톱니바퀴처럼 제인에게 무심하게 폭력을 행사합니다.

 

<어시스턴트>는 할리우드 성추문 스캔들인 '하비 와인스타인 사건'을 모티브로 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영화 속 '대표'는 한 번도 등장하지 않지만, 그의 압도적인 권력과 악행은 사무실 구석구석에 스며들어 제인을 짓누릅니다. 이 영화는 바로 그 '성공'이라는 이름 뒤에 숨겨진 구조적인 폭력과 갑질, 그리고 그것을 가능하게 하는 방관자들의 모습을 날것 그대로 보여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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