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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리뷰

닥터 지바고(Doctor Zhivago, 1965),

by 모락모~락 2025. 5.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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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닥터 지바고' 줄거리

1950년대 소련에서 유리를 찾는 KGB 장교 예브그라프 지바고의 시점에서 시작됩니다. 그는 자신이 이복형제인 유리 지바고 박사의 딸일지도 모르는 소녀를 찾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유리의 삶을 회상하는 형태로 본격적인 이야기가 전개됩니다. 유리 지바고는 어린 나이에 부모를 잃고 모스코바의 귀족가정에서 자랍니다. 그는 학문에 열중하며 의학을 전공하지만, 동시에 시적 감수성도 지닌 청년입니다. 지바고는 가정의 딸인 토냐와 약혼하고 결혼한다. 그들은 혁명 전의 안락하고 안정된 생활을 누린다. 한편, 라라 앙티포바는 아름답고 강인한 성격의 젊은 여성으로, 그녀는 어머니의 연인인 권력가 코마로프스키에게 학대받으며 살아갑니다. 라라는 진심으로 사랑하는 청년 파샤와 결혼하지만, 혁명과 내전 속에서 점차 비극적인 삶으로 빠져듭니다. 지바고는 라라와 처음 만난 것은 병원에서 간호사와 의사로 일하면서입니다. 혁명과 전쟁의 소용돌이 속에서 둘은 같은 이상과 감성을 공유하며 점점 가까워집니다.

1차 세계대전과 러시아 혁명은 지바고와 토냐 가족의 삶을 무너뜨리고 그들은 모스크바를 떠나 시골의 토냐의 고향으로 피신합니다. 지바고는 그곳에서 라라와 재회하고, 둘은 운명적인 사랑에 빠지게 됩니다. 하지만 지바고는 도덕적 갈등과 가족에 대한 의무로 인해 이 사랑을 감추려고 합니다. 지바고는 결국 반혁명분자로 간주되어 적군에게 끌려가며 오랜 시간 가족과 라라 모두와 생이별하고  강제 진료 활동을 하며 떠돌다 탈출해 다시 라라를 찾습니다. 지바고는 모스크바로 돌아가지만, 그는 몰락한 귀족 출신으로서 정치적으로 추방당한 존재가 됩니다. 그의 시는 출판조차 금지되고 한때 라라와 함께했던 옛집을 찾아가지만, 그녀는 이미 사라졌고, 둘은 다시는 만나지 못합니다. 세월이 흐른 후, 지바고는 길에서 라라를 본 듯해 그녀를 쫓아가다가 심장마비로 길거리에서 사망합니다. 그의 죽음은 조용하고 쓸쓸하며, 그가 사랑했던 사람들과 이상들이 사라진 시대의 상징처럼 묘사됩니다

2. 시대적 배경

유리 지바고의 어린 시절은 황제 니콜라이 2세가 통치하던 러시아 제국 시대입니다. 귀족과 부유한 중산층은 풍요롭게 살았지만, 농민과 노동자는 극심한 빈곤과 억압에 시달렸습니다. 이 시기 러시아에는 사회주의 사상과 혁명운동이 퍼지고 있었습니다. 이 불균형한 사회 구조는 곧 혁명의 불씨가 됩니다. 라라와 파샤 같은 젊은 지식인들은 민중 해방을 꿈꾸며 혁명에 적극적으로 가담합니다. 러시아는 1914년 제1차 세계대전에 참전하며 사회 혼란과 경제 붕괴가 가속화됩니다. 지바고는 군의관으로 전쟁에 동원되어 전쟁의 비극과 피폐한 인류의 모습을 직접 경험합니다.  로마노프 왕조가 무너지고 임시정부가 수립되고 볼셰비키가 정권을 장악, 레닌이 이끄는 소비에트 공산 정권이 들어서는 이 과정에서 지바고가 살던 모스크바의 생활은 급격히 변화하며, 사유재산이 몰수되고 지식인 계층은 박해받습니다. 유리와 가족은 시골로 피신하며 몰락한 귀족으로 전락합니다. 혁명 이후, 볼셰비키(적군)와 반혁명파(백군) 사이에 내전이 벌어집니다. 지바고는 이 과정에서 적군에게 끌려가고, 수년간 가족과 생이별하게 됩니다.라라는 남편 파샤(혁명 이후 "스트렐니코프"로 알려짐)가 볼셰비키 군사 지도자가 되면서 점점 고립되고 파괴된 삶을 살아갑니다. 이 시기는 영화 속에서 가장 혼란스럽고 비극적인 장면들이 많으며, 개인의 운명이 정치에 의해 좌우되는 시대로 묘사됩니다.  영화의 프레임 구조는 1950년대 소련, 즉 스탈린 사후의 냉전기입니다. 지바고의 이복형제 예브그라프 지바고는 KGB 장교로, 체제 내에서 권력을 지닌 인물입니다.그는 유리 지바고의 딸을 찾기 위해 과거를 회상하는데, 이 방식은 전체 이야기를 회고적, 비판적 시선으로 보게 합니다. 유리 지바고의 시집은 체제에서 금지된 문학으로 분류되었으며, 그 자체가 개인의 자유와 예술의 억압을 상징합니다.

3. 총평

데이비드 린은 이 작품에서도 시각적 구성과 감정의 밀도를 정교하게 다뤘습니다. 설경, 풍경, 조명, 의상 등은 모두 시대적 배경과 정서를 효과적으로 전달하며, 시와 같은 이미지로 사랑과 상실을 표현합니다. 모리스 자르의 음악, 특히 테마곡 ‘라라의 테마(Lara’s Theme)’는 영화의 분위기를 상징적으로 이끄는 중요한 요소입니다. 유리와 라라의 사랑은 격정적이면서도 고통스럽습니다. 이들의 관계는 낭만적이기보다는 시대에 짓눌린 비극적인 순애보에 가깝습니다. 유리는 가정(토냐)과 사랑(라라), 이성(의사)과 감성(시인) 사이에서 끝없는 갈등을 겪으며, 인간의 양면성을 보여줍니다. '닥터 지바고'는 단순한 멜로 영화가 아닌, 개인의 사랑과 예술이 어떻게 역사에 휘말리는가를 서정적이고 장엄하게 보여주는 역사적 서사극입니다. 데이비드 린 감독의 웅장한 연출과 모리스 자르의 감성적인 음악, 그리고 광활한 러시아 설원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시적 영상미는 영화사의 명작으로 손꼽힐 만한 아름다움을 지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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