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메리 셸리: 프랑켄슈타인의 탄생' 줄거리
1814년, 런던.
17세의 메리 울스턴크래프트 고드윈(엘르 패닝)은 급진적 사상을 가진 여성 철학자 메리 울스턴크래프트의 딸로, 책과 글쓰기를 사랑하는 예민하고 지적인 소녀입니다. 그러나 그녀의 삶은 불우합니다. 어머니는 그녀가 태어나자마자 세상을 떠났고, 계모와는 갈등이 끊이지 않으며, 그녀의 글쓰기는 사회와 가족으로부터 인정받지 못합니다.
그러던 어느 날, 메리는 당대의 유명한 젊은 시인 퍼시 비시 셸리(더글러스 부스)를 만나 사랑에 빠지게 됩니다. 퍼시는 이미 결혼한 남자였지만, 자유연애와 급진적 이상을 추구하는 그의 세계관은 메리의 정신을 강하게 자극합니다. 두 사람은 집안과 사회의 반대를 무릅쓰고 도피여행을 떠나며 동거를 시작합니다. 하지만 현실은 냉혹합니다. 가난과 사회적 편견, 퍼시의 자유분방한 성향, 그리고 그로 인한 관계의 갈등은 메리를 점점 지치게 만듭니다. 그녀는 아이를 낳지만 유산하거나 사망하는 등 비극이 이어지고, 정신적으로 고립된 상태에 놓입니다.
1816년, 스위스 제네바 근처.
메리와 퍼시는 그들의 친구인 바이런 경과 그의 정부인 클레어 클레어몬트, 그리고 젊은 의사 존 폴리도리와 함께 바이런의 별장에서 여름을 보내게 됩니다. 날씨가 좋지 않아 실내에 갇힌 채 지내던 중, 바이런은 모두에게 무서운 이야기를 하나씩 써보자고 제안합니다. 이 밤이 바로 문학사에서 유명한 '프랑켄슈타인 탄생의 밤'입니다. 메리는 이 자리에서 인간의 오만, 창조의 책임, 생명과 죽음에 대한 철학을 담은 이야기, 즉 '프랑켄슈타인'의 초안을 떠올리게 됩니다.
그녀의 글은 단순한 괴기물이 아니라, 자신이 겪은 고통, 상실, 존재에 대한 성찰, 여성으로서의 억압된 감정이 고스란히 투영된 작품이었습니다. 그러나 출판사는 메리의 이름으로는 출판을 꺼리고, 퍼시 셸리의 이름을 공동으로 표기하길 요구합니다. 메리는 모욕감을 느끼지만, 작품을 세상에 알리기 위해 이를 받아들입니다. 그러나 결국 그녀는 '내가 이 작품의 저자다'라는 신념을 지키며, 여성 작가로서의 독립과 문학적 정체성을 확립해나갑니다.
2. 시대적 배경
이 영화는 19세기 초반 유럽, 특히 영국과 스위스를 주요 배경으로 삼고 있으며, 그 시대는 사회, 문학, 과학, 사상 전반에서 격변의 시기였습니다. 다음은 영화의 시대적 맥락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는 핵심 배경입니다.
낭만주의(Romanticism)의 전성기는 대략 1790년대 ~ 1830년대로 이성보다 감정, 자연, 상상력, 개인의 내면 세계를 중시하는 예술 운동이 있었으며 퍼시 셸리, 바이런 경, 메리 셸리는 모두 낭만주의 문학의 중심 인물입니다. 이들은 기존의 도덕과 사회 규범을 거부하며 예술과 감정, 자유로운 사랑을 추구했습니다.
18~19세기에 걸쳐 전기, 해부학, 생명에 대한 과학적 탐구가 급속히 발전하면서, 인간이 신의 영역에 도전하려는 움직임(예: 생명 창조 실험)이 활발히 일어났습니다. '프랑켄슈타인'은 이러한 시대정신을 반영해 과학의 오만함과 그 책임이라는 주제를 다룹니다. 영화 속에서도 메리는 과학과 생명의 경계에 대한 철학적 질문을 작품에 담습니다.
메리 셸리는 당시 사회적으로 철저히 제한된 여성의 삶을 살았습니다. 여성은 재산권, 출판권, 독립적인 창작자로서의 지위를 거의 갖지 못했고, 남성 중심 문학계에서 작품 발표조차 어려웠습니다. 영화는 여성으로서의 창작, 목소리를 찾기 위한 투쟁을 메리의 삶을 통해 고스란히 보여줍니다. 퍼시 셸리와 메리 셸리는 자유연애와 무신론, 평등주의 등 당시로서는 급진적인 사상을 실천하며 살아갑니다. 이들은 정치적으로도 윌리엄 고드윈(메리의 아버지)의 영향 아래 아나키즘적·개혁주의적 철학을 지지했습니다. 그러나 실제 삶에서는 그런 이상주의가 현실의 고통(가난, 유산, 사회적 따돌림)을 해결해주지 못하는 모순도 보여줍니다.
3. 총평
'프랑켄슈타인의 탄생'은 단순한 전기 영화가 아닙니다. 이 작품은 한 여성 작가가 어떻게 자신의 고통과 상처, 시대적 억압 속에서 문학을 통해 자기 목소리를 찾았는가에 대한 강렬한 이야기입니다. 엘르 패닝은 메리 셸리의 내면의 고통, 젊은 예술가로서의 불안, 여성으로서의 소외를 절제되면서도 깊이 있는 연기로 표현합니다. 특히 '프랑켄슈타인'이라는 상징적인 이야기가 한 젊은 여성의 실제 상처와 상실에서 비롯되었다는 점은 관객에게 놀라움과 감동을 줍니다.
이 영화는 단지 고딕 소설의 탄생기를 그린 것이 아니라, 창작이란 무엇인가, 여성 작가는 어떻게 자신의 이름으로 글을 발표할 수 있는가, 개인적 경험이 문학으로 어떻게 승화되는가를 묻습니다. 메리가 남성 중심 문학계에서 자기 이름을 지키려는 과정은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효한 주제입니다.
낭만주의 시대의 분위기와 사상을 충실히 반영하고 있으며, 바이런, 셸리, 폴리도리 등 실존 인물들의 등장은 문학사에 관심 있는 이들에게 흥미로운 배경이 됩니다. 또한 ‘생명 창조의 윤리’와 ‘과학의 오만’이라는 철학적 질문을 던지는 작품의 의미를 시각적으로 잘 전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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