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 줄거리
현재의 토니토니 웹스터는 은퇴한 중고 카메라 상인으로, 이혼한 전처 마거릿과는 딸 수지의 임신을 통해 소통하는 정도의 관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평범한 일상을 살던 중, 그는 오랜 친구의 어머니인 사라 포드의 유언으로 뜻밖의 소식을 듣게 됩니다. 사라가 그에게 오래된 일기장과 소액의 유산을 남겼다는 것. 그 일기장은 과거 절친했던 친구 애드리언의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사라의 딸, 즉 토니의 옛 연인 버로니카가 일기장을 가지고 있고 돌려주지 않으려 하자, 토니는 과거를 파헤치기 시작합니다.
토니는 대학 시절, 지적이고 예민했던 친구 애드리언을 떠올립니다. 당시 토니는 교양 있는 집안 출신의 버로니카와 연애를 시작하지만, 둘 사이에는 미묘한 거리감과 갈등이 있었습니다. 토니는 버로니카를 가족에게 소개받고 그녀의 어머니 사라와도 잠시 어색한 만남을 가지는데, 그 장면에서 사라가 보인 태도는 어딘가 불편하고 의미심장하게 느껴졌습니다.
그러던 중, 버로니카와 관계가 틀어진 후 토니는 감정적인 편지를 보내며 그녀를 모욕하고, 동시에 애드리언에게 둘이 사귀어보라고 조롱 섞인 말을 던졌습니다. 이후 애드리언과 버로니카는 실제로 연인이 되었고, 얼마 지나지 않아 애드리언은 자살합니다.
토니는 그 사건이 단순한 애도의 기억으로만 남아 있었지만, 사라의 유언으로 인해 다시금 퍼즐을 맞춰나가게 됩니다. 버로니카와의 만남, 과거 편지의 복사본, 사라가 남긴 의문의 메모, 애드리언의 죽음에 얽힌 정황들. . . 그리고 결국 그는 버로니카가 애드리언의 아이를 낳지 않았고, 사라가 애드리언과 관계를 맺고 자식을 낳았으며, 그 아이가 지적 장애를 가진 채 살아가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즉, 애드리언은 친구의 여자친구와 사귄 게 아니라, 그 어머니인 사라와 사랑에 빠졌고, 그 결과 자식을 낳은 뒤 복잡한 죄책감과 절망 속에 자살했던 것입니다. 토니는 과거의 편지로 인해 이 모든 비극의 씨앗을 뿌렸다는 것을 뒤늦게 깨닫고 큰 충격을 받습니다.
모든 진실이 드러난 후, 토니는 과거의 기억이 얼마나 왜곡되어 있었는지, 그리고 자신이 어떤 식으로든 그 비극에 책임이 있었다는 사실을 받아들입니다. 그는 오랜 시간 동안 진실을 회피한 자신을 돌아보며, 남은 인생에서라도 성찰과 용서를 향해 나아가고자 합니다.
2. 시대적 배경
영화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의 시대적 배경은 1960년대 영국과 현대 런던(2010년대) 두 시점을 교차하며 전개됩니다.
1960년대 영국 과거 회상 장면인 이 시기는 토니의 청년 시절이며, 주요 사건들이 벌어진 시기입니다. 1960년대는 영국 사회가 전통에서 탈피하며 점차 자유롭고 개인주의적인 분위기로 나아가던 시기였습니다. 지식인 청년들 사이에서는 실존주의, 구조주의, 니힐리즘 등이 유행했고, 영화 속에서도 애드리언과 친구들이 철학적인 대화를 나누며 그러한 시대정신을 반영합니다. 영국 상류층 또는 중산층 자녀들이 옥스브리지 같은 대학에서 철학과 문학을 공부하며 사색하고 토론하던 전통적인 대학문화가 배경으로 묘사됩니다. 버로니카의 집안처럼 교양 있고 은근한 계급의식을 가진 중산층 가정의 분위기가 담겨 있고, 부모 세대와의 거리감도 그려집니다.
토니의 노년기인 2010년대 런던을 배경으로 하고 있으며, 영국 중산층의 도시 일상과 노년의 삶이 조명됩니다. 퇴직 후 소일하며 살아가는 독신 남성의 일상, 전처와의 관계, 출산을 앞둔 딸과의 교류 등을 통해 현대 사회에서 고립된 중년 이후 삶을 보여줍니다. 토니가 이메일을 통해 버로니카와 연락하거나 인터넷으로 정보를 찾는 장면이 나오며, 시대의 기술 변화도 반영됩니다. 현재의 런던은 바쁘고 무심하며 감정이 절제된 분위기로 묘사되며, 과거의 감정적 진실과 대비됩니다. 영화는 과거(1960년대 영국)의 지적이고 감성적인 청춘의 시대와, 현재(2010년대 런던)의 조용하고 외로운 노년기를 병치시켜, 한 인간의 기억, 후회, 그리고 진실의 재구성을 시대 흐름 속에서 깊이 있게 그려냅니다.
3. 총평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는 겉보기엔 단순한 회상극처럼 보이지만, 실은 기억의 신뢰성과 후회의 본질, 한 인간의 내면 성찰을 깊이 있게 다룬 심리 드라마입니다. 줄리언 반스의 맨부커상 수상 소설을 바탕으로 한 이 영화는 조용하지만 예리하게 감정을 파고들며 관객에게 '기억은 과연 믿을 수 있는가?'라는 묵직한 질문을 던집니다.
주인공 토니 역의 짐 브로드벤트는 복잡한 감정을 절제된 표정과 말투로 표현하며, 회피와 자각 사이에서 흔들리는 노년 남성의 내면을 섬세하게 그려냅니다.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구조가 마치 퍼즐 조각처럼 배치되어, 하나씩 진실이 드러날 때마다 관객의 감정을 이끌어내는 방식이 탁월합니다. 자신이 믿어왔던 과거가 실제와 얼마나 달랐는지 깨닫는 과정은 누구에게나 보편적으로 다가오며, 나이 들수록 더욱 와닿습니다. 감정을 과장하지 않고 절제된 톤으로 끝까지 유지해, 오히려 큰 울림을 남깁니다. 하지만 극적인 사건이나 감정 폭발이 거의 없기 때문에, 감정적으로 몰입하기 어려운 관객에게는 지루하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모든 진실을 명확하게 설명하지 않고 여운을 남기는 결말은, 호불호가 갈릴 수 있고 깊이 있게 생각할 여지는 많지만, 답을 원하는 관객에겐 답답함으로 다가올 수 있습니다.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는 노년의 고요한 감정선 속에서 터져 나오는 진실과 후회의 드라마입니다. 삶을 돌아보게 만드는 작품으로, 관객에게는 조용한 충격과 깊은 여운을 남깁니다. 시간이 지나서야 비로소 보이는 진실. 그리고 그 진실을 받아들이는 태도에 대한 영화입니다. 느리지만 깊고, 조용하지만 묵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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